인스타 팔로워 구매 국방부, ‘DMZ 남측 철책 관리권 나눠 갖자’ 미국 측에 제안…유엔사는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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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군에 따르면, 국방부 실무진은 최근 이 같은 내용으로 DMZ 관할권 문제를 협의하자고 유엔사에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는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와 한·미안보협의회(SCM) 등 한·미 국방 당국 간 협의체에서도 DMZ 일대의 관할권을 한·미가 나눠 갖는 내용을 의제로 다룰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그간 이러한 DMZ 관할권 문제와 관련해 유엔사와 소통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미국 측에 군사분계선(MDL) 기준 남쪽 2㎞에 해당하는 DMZ 남측 구역을 남측 철책을 기준으로 나눠 관리할 것을 요구했다. 남측 철책의 이북 지역은 기존대로 유엔사가 관할권을 갖되, 철책 이남 지역은 한국군이 인원 출입에 대한 승인권과 관할권을 모두 행사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철책은 DMZ 남방한계선을 따라 형성되며, 철책 이남 지역은 한국군이 관할권을 갖는다. 그러나 1953년 정전협정 이후 감시·경계 임무 효율성을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는 남방한계선보다 북쪽에 설치됐고, 이 때문에 일부 지점에서 철책이 DMZ 일대로 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DMZ 남측 구역 가운데 남측 철책이 맞물리는 구간은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DMZ 남측 철책 이남에 위치한 일반전초(GOP)에는 한국군 병력이 상주하고 있다. 한국군이 수시로 출입하고 있는 지역인 점, 철책 이남 지역은 한국군 관할이라는 원칙을 고려해 이곳에 대한 출입 승인권과 관할권을 한국 정부가 가져야 한다는 것이 국방부 입장이다. 국방부는 GOP 일대가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통제 병력 외 무장 군인 등이 들어올 수 없도록 규정하는 DMZ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DMZ법’ 제정안과 유엔사와의 입장을 고려해 이 같은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는 관광이나 생태계 보전 등의 비군사적 목적의 경우 한국 정부가 DMZ 일대에 출입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국방부 안은 한국군 GOP가 위치한 일부 지역에 대한 관할권만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유엔사는 DMZ 관할권에 대한 민주당의 법안과 관련해 ‘정전협정과 충돌하는 내용’이라며 공식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국방부 제안에 대해 현재까지 미국 국방부나 유엔사로부터 공식 회신은 없는 상태다. 다만 유엔사는 정전협정 제1조 8·9·10항을 근거로,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또는 유엔군사령관의 승인 없이 MDL과 DMZ에 출입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유엔사가 국방부 제안에 응하지 않을 경우 관련 논의 역시 진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기사 : 유엔사 “DMZ법, 정전협정과 상충”…여당 추진 입법 공개 반대)
국방부가 유엔사 측에 DMZ 관할권 논의를 제안하는 과정에서 통일부와 별도로 논의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안대로 추진이) 된다면 평화적 이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에 예외 없이 개인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 형벌 합리화 기조에서도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만큼은 엄정 조치하겠다는 ‘무관용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주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진행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정위가 총수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시장의 비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고발 실효성을 높여 더이상 ‘봐주기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설탕 담합 사건 등에도 ‘철퇴’를 예고하면서 “그간 잘 사용되지 않던 가격 재결정명령(시정명령)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합 사건 적발 이후 소비자가 가격 인하를 체감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가격 인하 명령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과징금 상한을 높이고, 주요 담합 사건의 하한은 15%로 설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SK 등이 혜택을 받는 지주사 규제 완화 기조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에 “규제 완화는 산업 전환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기업들도) 합리적 지배구조로 전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희생해야 할 부분은 희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위원장은 쿠팡과 관련해 “미국 측에서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적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결론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술 발전에 맞춰 플랫폼 관련한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 시절 공정경제 관련 정책을 설계한 그는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소득 불평등 해소와 공정한 경제체계 등을 연구했다. 인터뷰는 임지선 경제부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주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공정위가 대기업 총수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공정위가 총수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알고 있다. 그런 비판이 없도록 중대한 법 위반을 한 총수 일가 등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고발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한국 자본주의는 20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사익편취와 기업집단 내 내부거래를 통한 부당지원이 만연하고, 최근에는 중견기업까지 대기업의 부당 행위를 베끼고 있다.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처벌 규정도 약한데 법원에서 2심, 3심을 거치면서 감경돼 최종 처분은 더 약해진다.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개인 고발은 현 정부의 경제형벌 합리화 기조와 상충하지 않나.
“사익편취에 대해서는 형벌이 있어야 한다. 사익편취는 기업집단 범죄에서 가장 악질인 범죄다. 사익편취 행위가 벌어지는 상장 회사는 개인 회사가 아니라 공적인 회사다. 특정인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부패한 의사결정을 내리면 선진국은 횡령죄로 처벌한다. 총수 일가라 할지라도 예외 없이 원칙적으로 고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업종은.
“금융을 통한 사익편취나 부당이익을 보장하는 것에 유심히 보겠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의료와 식품 분야도 집중적으로 보려고 한다. 전체 대기업에 대한 상시적인 모니터링도 해야 하고, 처벌도 강력하게 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대표기업도 공적 기업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대주주가 국민연금이고 국가적인 자원이 투입됐다. ‘오너’ ‘경영세습’과 같은 단어는 맞지 않는다.”
-롯데렌탈·SK렌터카의 합병 거절 등을 보면 공정위가 강경해졌다는 평가가 있다.
“강경한 것이 아니라 정상화됐다고 보면 된다. 우리 사회는 친기업이라고 표방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친재벌이다. 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진짜 ‘친기업’이다. 반대로, 재벌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성장 통로를 막는 경제력 집중은 없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렌터카 시장을 보자. 롯데처럼 이미 재벌그룹에 속한 기업이 렌터카 회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회사를 혁신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롯데렌터카가 가능한 한 혁신적인 기업으로서 성장할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공정위가 앞으로 기업결합 심사에서 추구해야 할 정책 방향이다.”
-최근 반도체 업종에서 지주사 지분율 규제를 완화했다. 지주사 제도 근간 흔들 수 있다.
“우려를 알고 있다. 특례 적용은 반도체 공장 설립으로만 제한했다. 공정위 사전심의와 승인을 받아야 하며, 5년 주기로 연장 여부를 재심사받아야 한다. (특정 그룹) 특혜라고 비판을 받을 수 있는데, 국민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게 해야한다. 대표적 기여가 지방 투자로, 투자를 통해서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 요건을 규정했다.”
-반도체로 한정했으나 향후 다른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지 않나.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공정위로서도 부담이다. (이번 규제 완화가) 과도기적으로 고비를 넘길 수준에서 조정하고 봉합하는 게 맞다고 본다. 왜 하필 중요한 회사를 증손회사나 손자회사로 만들어야 하나. 이런 방식은 이제 안된다. 결국 기업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증자까지 하면서 합리적 지배구조로 전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희생해야 할 부분은 희생해야 한다.”
-기업 관련 사건에서 과징금 수준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여야 간 공감대가 있나.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 현재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6%가 상한선이다. 매출액의 30%까지 매기더라도 과도한 게 아니다. 하한선을 두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과징금 상한선이 관련 매출액의 20%라면 하한선을 15%로 둔다든지 할 수 있다.”
-과징금이 피해구제에 쓰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피해기업이 보상을 위해 소송을 하게 되면 5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많다. 그 기간 동안 중소기업은 다 망하는 것이고 원상 복구라는 게 불가능하다. 피해구제기금이 생기면 법률·금융지원도 가능하고 소비자 구제도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정무위원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공정거래에 관한 관심이 높다. 올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공정위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사건은 무엇인가.
“설탕 담합이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다. 정제당 시장은 관세 30%에 달하는 무역장벽을 만들어놓고 보호해주는 분야다. 사실상 국가가 보호해주는 거대한 시장에서 대기업이 독과점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합’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철퇴를 가해야 한다. 국고채 담합도 엄중하게 보고 있다. 기업은 대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데 이 분야에서 담합을 한다는 것은 ‘경쟁 원리는 부정하고 쉽게 돈 벌겠다’는 것이다.”
-담합사건을 적발해도 정작 소비자는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다.
“그동안 가격에 대한 시정명령을 잘 내리지 않았다. 가격에 대한 시정명령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하려고 한다. 다만 시정명령이 내려지더라도 담합 시점과 제재 시점 간에 차이가 있어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도는 높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논란 빚은 쿠팡 제재는 어디까지 왔나.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 다만 거쳐야 할 절차들이 있다. 우선 소비자 정보 도용 여부와 피해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에 구제 조치를 하도록 명령할 수 있고, 기업이 피해구제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영업정지나 그에 준하는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 여러 조건이 걸려 있기 때문에 바로 결론 내리기는 쉽지 않다.”
-미국이 반발하면서 쿠팡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행정부에서 쿠팡 제재와 관련해 직접적인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다. 그런 사안을 문제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 공정위가 담당한 쿠팡 관련 사건은 법원에 계류 중인 것까지 합치면 약 15건이다. 오히려 ‘그동안 쿠팡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봐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쿠팡의 ‘와우멤버십 끼워팔기’ 건은 이르면 3~4월 중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
-김범석 쿠팡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나.
“외국인이 총수인 경우에도 우리나라 기업에 적용하는 것과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지, 총수의 친족이 국내 계열사의 경영에 얼마나 개입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현재 재지정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고 결과에 따라 재검토할 방침이다.”
-동일인 제도 전반을 손질할 계획은?
“쿠팡은 미국 회사지만 대부분의 매출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조세 회피처’에 본사를 두는 기업 행태와 비슷하다. 동일인 제도를 이런 식으로 우회하면 같은 경우가 반복될 수 있다. 매출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면 외국 기업이라도 기업 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필요시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쿠팡 사태 이후 온라인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커졌다.
“플랫폼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대법원의 네이버의 시장지배력남용행위에 대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네이버의 자사우대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못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을 억제하기가 좀 더 까다로워졌다. 그러나 지금은 플랫폼 사업자가 쿠팡처럼 순위조작이나 알고리즘 조작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결국 현행법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 자동차가 달리는 시대에 마차법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플랫폼법도 미국 측이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은 독과점 규제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로 나뉜다. 유럽연합·일본·북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두 가지 규제를 모두 갖고 있다. 사전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독점규제는 미국 정부가 반대하는 상황이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경제적 ‘을’을 보호하는 공정화법에 대해서는 국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관세 협상 때도 미국은 공정화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쓰겠다.”
-을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소규모사업자 담합 등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하겠다고 했다.
“경제적 약자의 협상권 강화를 위해 일정 규모 미만의 중소사업자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작은 기업들끼리 모여 단체행동, 이를테면 파업해도 이를 담합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간규모 기업들이 대기업과 협상하기 위해 하는 단체행동도 담합에서 적용 제외할 방침이다. 배달라이더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다른 조건 없이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한다. 다만 담합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라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도롯가 앞 가설 울타리 일부가 휑했다. 철제 가림막이 흐느적 녹아내린 자리로 검게 그을린 자국이 짙었다. 지난해 12월28일 일어난 화재의 흔적이다. 접근금지 테이프가 둘린 울타리 앞을 이종열씨(78)가 서성였다. 이씨는 지난 5년 간 1t짜리 트럭을 터전 삼아 이곳에서 살았다. 새카맣게 탄 트럭은 이날 구청에 의해 견인됐다. 홀로 남은 이씨를 만나 길바닥을 떠나지 못한 이유를 물었다. 이씨의 시간은 ‘재개발 광풍’이 아현동을 휩쓴 20년 전에 멈춰 있었다.
이씨에게 아현은 “평생의 보금자리”였다. 이씨의 할아버지부터 3대가 한집에서 살았다. 이씨는 아현역 인근의 공업사에서 첫 직장을 다녔고 아현 가구단지에서 운송 기사 일을 했다. 이삿짐센터 일을 하며 서울 곳곳을 누비다 고단한 몸으로 돌아갈 곳은 늘 아현동 집이었다. 그런 이씨의 동네는 2006년, 재건축단지로 지정됐다.
이씨가 살던 아현2구역은 노후한 단독주택 마을이었다. 당시 단독주택 재건축은 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이 많아 사실상 재개발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재개발과 달리 ‘민간사업’으로 간주해 세입자 보호 대책이 없었다. 아현2구역의 거주자들은 이씨처럼 50년 이상 거주한 집주인이거나 저렴한 방을 찾아온 세입자였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의 동네가 투기가 모여드는 ‘황금 땅’이 됐다. ‘뉴타운 광풍’이 일면서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한 도시 정비 사업이 급증하던 시기였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것은 세입자 뿐만 아니라 집주인들도 마찬가지였다. 60~90대 노인들이 일을 그만두고 집을 지켰다. 이씨도 겨울날 비를 맞아가며 보초를 섰다. 이씨에 따르면 용역들은 노인들을 이불에 말아 들고 나왔다. 대형 쇠망치와 쇠지렛대로 유리창과 문을 부순 뒤 다시 들어가지 못하게 오물을 뿌리고 소화기를 분사했다. 어떤 이는 실신했고 어떤 이는 갈비뼈가 부러졌다. 그리고 2018년 12월4일, 아현2구역의 세입자였던 박준경씨(당시 37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광고 전단 뒷면에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는 말을 남겼다.
서울시는 박씨의 죽음 이후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에 대해 임대주택 등을 지원하도록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씨와 같은 영세한 집주인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대책은 없었다. 당시 아현2구역엔 2357가구가 살았다. 이곳을 철거하면 새로 1419세대가 들어올 예정이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원주민의 3분의 1은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집주인들이 제시받은 보상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씨는 당시 주택 실거래가 3분의1 수준의 공탁금을 받았다고 했다. 이씨를 비롯한 거주민들은 이 돈을 받고 뿔뿔이 흩어졌다.
2018년 12월 은평구의 반지하방으로 이사한 이씨는 꿈속에서도 용역과 싸웠다. 깨어나 보면 “내 집”이 아니었다. 부모님과 조부모를 떠나보낸 곳, 자식들을 낳아 기른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이씨는 2021년 5월11일, 다시 아현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마포더클래시’라는 고층 아파트로 변해버린 자신의 옛 보금자리 앞에 트럭을 세웠다. 이삿짐을 나르던 적재함에 앉아 떠오르는 질문을 써 내려갔다. “가진 것은 집밖에 없는데 이것마저 빼앗아 가는 자는 누구인가?”, “태어나 평생 살던 집을 헐값으로 내동댕이치는 이것이 정녕 대한민국의 법이란 말인가?”, “가난한 서민의 재산을 빼앗아 투기꾼들의 배를 불려주는 것이 평등한 세상인가?” 질문이 멈추지 않아 이씨는 아현을 떠날 수 없었다.
이씨는 한파가 덮친 지난해 겨울, 추위를 피하고자 주전자 물을 끓이다 깜빡 잠이 들었다. 불은 이씨의 두 손과 얼굴로 옮겨붙었다. 수백 장씩 써 내려간 이씨의 공책들도 다 타버렸다.
이씨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며 웃으면서도 5년간 머물렀던 자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내 것을 돌려달라는 거예요. 내 권리를. 법이라는 것이 다수를 위한다고 해도 힘없는 사람의 것을 빼앗으면 안 되잖아요.” 이씨가 붉은 글씨를 새긴 울타리 너머 그의 옛 보금자리로 높이 아파트가 솟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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