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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0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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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세종 역의 신성록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너였다. 내가 그토록 닿으려던 별.”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중)
시공을 초월해 두 사람이 만났다. 조선의 시간을 설계하고, 백성의 삶을 구원한 ‘실용주의 과학자’ 장영실(1385~1442년 이후, 미상)과 르네상스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인류의 미래’를 캔버스에 그린 세기의 천재 다빈치에게 장영실은 그리운 조선을 품은 채 이렇게 말한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의 한 장면이다.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이 낭만적 상상력은 ‘한 장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바로크 미술의 거장 페터 파울 루벤스(1577~1640)가 1617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드로잉 ‘한복 입은 남자’다.
그림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83년 11월 29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다. 미국의 석유 재벌 J.폴 게티는 당시 드로잉 경매 사상 최고가인 32만4000파운드(당시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한화로 약 6억6000만원)에 그림을 낙찰받았다. 현재에도 그가 설립한 게티 미술관에서 소장 중이다.
그림 속 주인공의 국적을 놓고 오랜 시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1934년 영국 미술사학자 클레어 스튜어트 워틀리가 “그림 속 인물의 복장을 분석, 조선의 철릭(무관의 공복)과 머리에 쓴 방건(또는 탕건)이 흡사하다”고 주장한 것이 정설로 오징어릴게임 받아들여져 ‘한복 입은 남자’라는 제목이 붙었다. 그러나 최근 학계의 견해는 다르다. 2016~2018년경 테이스 베스트스테인 교수를 비롯한 서양 미술사학계는 루벤스의 그림과 명나라 상인 이풍을 그린 동시대의 다른 초상화가 ‘같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의 복색과 이목구비가 쌍둥이라 할 정도로 비슷했다는 점에서 학계는 ‘동일 인물’로 보고 있다.
릴게임뜻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강배 역의 박은태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그럼에도 이 그림은 K-컬처 전성시대를 맞아 한국으로 날아와 새로운 창작의 꽃을 피웠다. 동명의 소설에서 태어난 뮤지컬은 뚜껑을 열기 전까진, 기발한 릴게임방법 상상력에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땅의 많은 사극이 단 한 줄의 기록에서 출발해 창작의 꽃을 피웠던 만큼, 세종의 가마 사건 이후 종적이 묘연한 장영실 미스터리를 인류의 진보를 앞당긴 다빈치와 엮는다는 설정은 꽤나 참신한 기획이었다.
뮤지컬은 그림 속 ‘한복 입은 남자’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갔다가 이탈리아 상인 카를레티를 따라 1606년경 로마로 건너간 최초의 유럽파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라고 가정한다. 여기에 생몰연대가 불분명한 장영실의 이야기를 덧입혀 후대의 루벤스가 ‘안토니오 코레아’ 장영실의 얼굴을 따라 그린 것이라는 판타지를 완성했다. 이것이 시공을 초월한 만남과 루벤스의 그림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작품의 기본 설정이다.
무대는 조선 세종 시대와 2020년대 대한민국을 교차하며 막을 올린다. 오늘의 서울에 살고 있는 다큐멘터리 PD 진석(카이, 신성록, 이규형 분)과 사학자 강배(박은태, 전동석, 고은성 분)가 우연히 손에 넣은 비망록을 통해 ‘장영실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이들의 현재는 세종과 장영실의 과거와 중첩된다. 진석 역할의 배우들이 세종, 강배 역 배우들이 장영실을 연기하는 1인 2역 설정은 두 시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효율적인 장치다.
뮤지컬은 그간 ‘모차르트!’, ‘엘리자벳’, ‘베토벤’, ‘마리 앙투아네트’ 등 유럽 황실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에서 벗어나 EMK뮤지컬컴퍼니가 처음으로 한국적 소재로 선보이는 대극장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개막 전부터 기대가 모아졌다. 뚜껑을 연 뮤지컬은 성적표도 좋은 상태다. 이미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을 포함해 3관왕을 안으며 관객의 이목을 모았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세종 역의 신성록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낭만적 상상력’과 만난 역사 미스터리는 그간 EMK뮤지컬컴퍼니의 장기인 화려함을 덜고, 한국적 미학에 집중했다. 경복궁 근정전 등 K-컬처의 모태가 된 한국적 건축물의 선과 문양, 의상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에 공을 들였다. 또 LED 영상을 통해 광활한 밤하늘과 별자리를 구현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을 썼다. 유럽 뮤지컬의 화려함과는 다른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미장센이다.
1부에선 진석과 강배의 추적 속에 노비 출신 과학자 장영실의 성공 신화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사실, 시대를 넘나들어야 하는 내용상 매끄럽게 조선과 대한민국, 조선과 이탈리아를 오가는 무대 전환이 쉽지만은 않다. 이런 이유로 창작진은 세세한 무대 장치보다는 큼지막한 구조물을 활용해 시공간을 오가는 전략을 썼다.
주인공의 영웅화 과정은 전형적이다. 어릴 적부터 남달랐고, 신분의 벽을 뛰어넘은 노비 출신의 천재, 조선왕조 500년 역사상 벼슬까지 오른 최하위 신분의 장영실과 그를 지지했던 성군 세종의 스토리가 아주 길게 이어진다. 한국인 관객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국민 서사’인데, 특별한 사건이나 대단한 갈등 없이 이어진 1막의 긴 호흡은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함정에 빠진다.
지루함을 상쇄하는 것은 배우들의 케미다. 세종과 장영실, 진석과 강배를 연기하는 두 배우의 ‘브로맨스’는 이 작품을 지탱하는 힘이다. 뮤지컬계 황태자로 꼽히는 박은태, 카이 콤비의 케미스트리가 특히 좋다. 노래 실력은 물론 연기력까지 탑재, 시답잖은 대사조차 맛깔나게 살리는 연기 호흡으로 무대에 생기가 돈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문제는 2막이다. 진석과 강배가 비망록의 비밀을 풀고, 루벤스의 그림과 장영실의 비차, 다빈치 비행기 설계도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으며 퍼즐 조각을 맞춰나간다. 긴박하고 흥미로워야 할 미스터리 추적 과정에선 이상하게도 맥이 빠진다. 비망록을 둘러싼 음모와 위험한 진실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려 했으나, 관객을 완전히 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전 정보를 알고 온 관객이라면, 장영실이 다빈치의 스승이 된다는 설정은 과도한 ‘국뽕’ 판타지로 치부할 수 있고, 정보 없이 온 관객들에겐 허무맹랑한 만화적 설정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심지어 2막을 보다 보면, 1막이 오히려 놀라운 밀도와 속도감으로 무장했다는 점을 뒤늦게 체감하게 된다.
2막에서 우여곡절 끝에 이탈리아에서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던 장영실은 그곳에서도 ‘실사구시’의 실용 과학을 전파한다. 극의 후반부에 이르면 장영실은 조선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나, 피렌체를 떠나지 않는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온갖 상상력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소년 다빈치를 만나 “오늘부터 내가 너의 학교”라며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한다. 사실 이 장면에서 일부 관객들은 꿈을 깬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모든 콘텐츠는 현실을 뒤집는 상상력에서 시작되는 만큼, 상상력엔 제한이 없다. 하지만 관객을 설득할 ‘최소한의 논리’가 빠진 판타지는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연출의 공백 또한 아쉽다. 무대는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와 노래 실력에 의존할 뿐, 서사의 빈틈을 메워줄 연출적 장치를 시도하지 않았다. 두 배우의 솔로 넘버 장면은 감정과 고음의 향연인 ‘보컬 차력쇼’에 가까운데, 배우들은 이 장면에서도 최대치의 기량을 보여주며 작품의 구멍을 온몸으로 메운다. 주연 배우의 역량에 흠뻑 빠져 잠시 눈이 가려졌던 연출상의 허점은 정의공주가 극 중반 솔로곡을 부르는 장면에서 실체를 드러낸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노래 실력에도 불구, 마치 10여년 전 뮤지컬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서양의 소재, 서양의 형식미를 벗어나 우리만의 소재와 상상력을 무대로 옮겨왔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시도다. 대극장의 창작 뮤지컬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과감한 결단력, 긴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자본력과 형식미의 진보는 확인했으나,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콘텐츠의 밀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절반의 성공’을 기록했지만,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나아갈 방향에 있어서 또 하나의 과제를 남긴 작품이 됐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너였다. 내가 그토록 닿으려던 별.”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중)
시공을 초월해 두 사람이 만났다. 조선의 시간을 설계하고, 백성의 삶을 구원한 ‘실용주의 과학자’ 장영실(1385~1442년 이후, 미상)과 르네상스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인류의 미래’를 캔버스에 그린 세기의 천재 다빈치에게 장영실은 그리운 조선을 품은 채 이렇게 말한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의 한 장면이다.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이 낭만적 상상력은 ‘한 장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바로크 미술의 거장 페터 파울 루벤스(1577~1640)가 1617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드로잉 ‘한복 입은 남자’다.
그림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83년 11월 29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다. 미국의 석유 재벌 J.폴 게티는 당시 드로잉 경매 사상 최고가인 32만4000파운드(당시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한화로 약 6억6000만원)에 그림을 낙찰받았다. 현재에도 그가 설립한 게티 미술관에서 소장 중이다.
그림 속 주인공의 국적을 놓고 오랜 시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1934년 영국 미술사학자 클레어 스튜어트 워틀리가 “그림 속 인물의 복장을 분석, 조선의 철릭(무관의 공복)과 머리에 쓴 방건(또는 탕건)이 흡사하다”고 주장한 것이 정설로 오징어릴게임 받아들여져 ‘한복 입은 남자’라는 제목이 붙었다. 그러나 최근 학계의 견해는 다르다. 2016~2018년경 테이스 베스트스테인 교수를 비롯한 서양 미술사학계는 루벤스의 그림과 명나라 상인 이풍을 그린 동시대의 다른 초상화가 ‘같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의 복색과 이목구비가 쌍둥이라 할 정도로 비슷했다는 점에서 학계는 ‘동일 인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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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강배 역의 박은태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그럼에도 이 그림은 K-컬처 전성시대를 맞아 한국으로 날아와 새로운 창작의 꽃을 피웠다. 동명의 소설에서 태어난 뮤지컬은 뚜껑을 열기 전까진, 기발한 릴게임방법 상상력에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땅의 많은 사극이 단 한 줄의 기록에서 출발해 창작의 꽃을 피웠던 만큼, 세종의 가마 사건 이후 종적이 묘연한 장영실 미스터리를 인류의 진보를 앞당긴 다빈치와 엮는다는 설정은 꽤나 참신한 기획이었다.
뮤지컬은 그림 속 ‘한복 입은 남자’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갔다가 이탈리아 상인 카를레티를 따라 1606년경 로마로 건너간 최초의 유럽파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라고 가정한다. 여기에 생몰연대가 불분명한 장영실의 이야기를 덧입혀 후대의 루벤스가 ‘안토니오 코레아’ 장영실의 얼굴을 따라 그린 것이라는 판타지를 완성했다. 이것이 시공을 초월한 만남과 루벤스의 그림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작품의 기본 설정이다.
무대는 조선 세종 시대와 2020년대 대한민국을 교차하며 막을 올린다. 오늘의 서울에 살고 있는 다큐멘터리 PD 진석(카이, 신성록, 이규형 분)과 사학자 강배(박은태, 전동석, 고은성 분)가 우연히 손에 넣은 비망록을 통해 ‘장영실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이들의 현재는 세종과 장영실의 과거와 중첩된다. 진석 역할의 배우들이 세종, 강배 역 배우들이 장영실을 연기하는 1인 2역 설정은 두 시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효율적인 장치다.
뮤지컬은 그간 ‘모차르트!’, ‘엘리자벳’, ‘베토벤’, ‘마리 앙투아네트’ 등 유럽 황실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에서 벗어나 EMK뮤지컬컴퍼니가 처음으로 한국적 소재로 선보이는 대극장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개막 전부터 기대가 모아졌다. 뚜껑을 연 뮤지컬은 성적표도 좋은 상태다. 이미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을 포함해 3관왕을 안으며 관객의 이목을 모았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세종 역의 신성록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낭만적 상상력’과 만난 역사 미스터리는 그간 EMK뮤지컬컴퍼니의 장기인 화려함을 덜고, 한국적 미학에 집중했다. 경복궁 근정전 등 K-컬처의 모태가 된 한국적 건축물의 선과 문양, 의상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에 공을 들였다. 또 LED 영상을 통해 광활한 밤하늘과 별자리를 구현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을 썼다. 유럽 뮤지컬의 화려함과는 다른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미장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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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영웅화 과정은 전형적이다. 어릴 적부터 남달랐고, 신분의 벽을 뛰어넘은 노비 출신의 천재, 조선왕조 500년 역사상 벼슬까지 오른 최하위 신분의 장영실과 그를 지지했던 성군 세종의 스토리가 아주 길게 이어진다. 한국인 관객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국민 서사’인데, 특별한 사건이나 대단한 갈등 없이 이어진 1막의 긴 호흡은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함정에 빠진다.
지루함을 상쇄하는 것은 배우들의 케미다. 세종과 장영실, 진석과 강배를 연기하는 두 배우의 ‘브로맨스’는 이 작품을 지탱하는 힘이다. 뮤지컬계 황태자로 꼽히는 박은태, 카이 콤비의 케미스트리가 특히 좋다. 노래 실력은 물론 연기력까지 탑재, 시답잖은 대사조차 맛깔나게 살리는 연기 호흡으로 무대에 생기가 돈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문제는 2막이다. 진석과 강배가 비망록의 비밀을 풀고, 루벤스의 그림과 장영실의 비차, 다빈치 비행기 설계도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으며 퍼즐 조각을 맞춰나간다. 긴박하고 흥미로워야 할 미스터리 추적 과정에선 이상하게도 맥이 빠진다. 비망록을 둘러싼 음모와 위험한 진실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려 했으나, 관객을 완전히 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전 정보를 알고 온 관객이라면, 장영실이 다빈치의 스승이 된다는 설정은 과도한 ‘국뽕’ 판타지로 치부할 수 있고, 정보 없이 온 관객들에겐 허무맹랑한 만화적 설정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심지어 2막을 보다 보면, 1막이 오히려 놀라운 밀도와 속도감으로 무장했다는 점을 뒤늦게 체감하게 된다.
2막에서 우여곡절 끝에 이탈리아에서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던 장영실은 그곳에서도 ‘실사구시’의 실용 과학을 전파한다. 극의 후반부에 이르면 장영실은 조선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나, 피렌체를 떠나지 않는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온갖 상상력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소년 다빈치를 만나 “오늘부터 내가 너의 학교”라며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한다. 사실 이 장면에서 일부 관객들은 꿈을 깬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모든 콘텐츠는 현실을 뒤집는 상상력에서 시작되는 만큼, 상상력엔 제한이 없다. 하지만 관객을 설득할 ‘최소한의 논리’가 빠진 판타지는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연출의 공백 또한 아쉽다. 무대는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와 노래 실력에 의존할 뿐, 서사의 빈틈을 메워줄 연출적 장치를 시도하지 않았다. 두 배우의 솔로 넘버 장면은 감정과 고음의 향연인 ‘보컬 차력쇼’에 가까운데, 배우들은 이 장면에서도 최대치의 기량을 보여주며 작품의 구멍을 온몸으로 메운다. 주연 배우의 역량에 흠뻑 빠져 잠시 눈이 가려졌던 연출상의 허점은 정의공주가 극 중반 솔로곡을 부르는 장면에서 실체를 드러낸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노래 실력에도 불구, 마치 10여년 전 뮤지컬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서양의 소재, 서양의 형식미를 벗어나 우리만의 소재와 상상력을 무대로 옮겨왔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시도다. 대극장의 창작 뮤지컬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과감한 결단력, 긴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자본력과 형식미의 진보는 확인했으나,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콘텐츠의 밀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절반의 성공’을 기록했지만,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나아갈 방향에 있어서 또 하나의 과제를 남긴 작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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