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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제공
대한민국에서 ‘희귀질환’은 법적으로 유병 인구가 2만 명 이하인 질환을 의미한다. ‘희귀’(稀貴)라는 단어는 일상에서 드물고 귀하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질환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환자 개개인이 앓는 병명은 생소할지 모르나, 그 고통을 겪는 이들의 전체 규모는 결코 ‘희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계 인구의 5%…국내 희귀질환 환자 80만 명 이상으로 추정
학계와 환자단체의 추산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사아다쿨 약 5%, 즉 20명 중 1명은 희귀질환 환자다. 국내에는 80만~1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2026년 3월 기준, 국가 관리 대상 희귀질환은 1389개까지 확대됐으며 매년 신규 지정 심의를 통해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숫자에도 불구하고, 희귀질환은 암이나 만성질환에 비해 여전히 의료와 복지 체계의 ‘변방’에 머물러 있다.
바다이야기게임2
지난 2월 취임한 유지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은 “100만 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 인원수나 사회적인 어려움을 봤을 때도 암이나 중증질환과 동등한 층위에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지현 회장이 희귀질환 권리 운동에 뛰어든 것은 본인의 처절한 경험 때문이다. 1981년부터 교직에 골드몽게임 몸담았던 그는 1998년 다발성경화증(MS) 진단을 받았다. 당시에는 해당 질환에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첫 달 치료비로 3천만원, 둘째 달에 2천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했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의료비 재앙이었다.
2001년 보건복지부를 찾아갔을 때 “어떤 질환인지도 모른다”는 답변을 들은 그는 직접 미국의 병원 자료를 요약 모바일야마토 해 정부에 전달하며 길을 닦았다. “정책에 반영되려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담당 공무원의 조언을 계기로 환자들과 함께 다발성경화증협회를 만들었고, 이것이 모태가 되어 2001년 5~6개 단체가 모인 지금의 연합회가 창립됐다.
지난 1월 희귀·난치성질환 환아 및 가족들로 구 야마토게임무료다운받기 성된 합창단이자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홍보대사인 레어 드림즈(RARE DREAMZ, 전 희망의 소리 합창단)의 정기연주회 모습.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제공
완치가 없는 삶, 질병이 일상이 되는 구조
희귀질환의 가장 잔인한 지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고, 만성질환은 약물로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희귀질환 대부분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발병하는 순간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질환을 안고 가야 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합병증이 쌓이고 복합 장애로 이어진다.
유 회장 본인의 삶이 이를 증명한다. 신경계 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은 소화기, 피부, 비뇨기 등 온몸으로 합병증을 퍼뜨렸다. 현재 그는 소화기내과, 외과, 피부과 등 무려 6~7개 진료과를 동시에 다니며 투병 중이다.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병원은 특정 과를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삶 전체를 저당 잡힌 채 순례해야 하는 장소다.
환자들이 가장 절망하는 대목은 눈앞에 신약이 있는데도 쓸 수 없는 제도적 장벽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급여 체계는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여 치료제를 단계별로 사용하게 한다. 저렴한 기본 약제를 먼저 쓰고, 효과가 없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입증돼야만 비로소 다음 단계의 신약을 허용한다.
이러한 ‘단계적 투여 기준’은 진행 속도가 빠른 희귀질환자들에게는 가혹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신경척수염이다. 이 질환의 신약 급여 기준은 ‘두 번의 재발 이후’로 설정돼 있다. 한 번의 재발만으로도 실명이나 사지 마비에 이를 수 있음에도, 국가가 환자에게 “실명에 가까운 손상을 두 번 겪고 나서야 좋은 약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치료 기준이 ‘환자의 회복을 돕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망가졌음을 증명하라는 것’ 같은 기이한 구조다.
연합회는 지난해 허가는 났으나 급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환자들이 쓰지 못하는 ‘그림의 떡’ 같은 치료제 22개에 대한 현황을 정부에 제출하며 개선을 촉구했고 일부 개선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해결되지 않았다. 유 회장은 “정부는 흔히 건보 재정을 이유로 지원 확대에 난색을 보이지만, 희귀질환 산정특례(정부 부담 90%) 대상을 75개 늘리는 데 필요한 추가 재정은 약 14억원 수준이다. 이는 ‘한 사람의 고가 치료비 정도’에 해당할 수도 있는 금액으로 ‘75종 희귀질환 환자 전부를 지원’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시장 논리에 버려진 환자들과 보이지 않는 합병증
설령 급여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아예 약 자체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환자 수가 적은 한국 시장이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최근 파킨슨병 치료제의 경우 낮은 약가 문제로 오리지널 의약품이 철수하고 복제약으로 대체되면서 환자들이 효능 차이를 호소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연구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합병증에 대한 산정특례 적용이 제한된다. 장애 판정 기준 역시 ‘결과 중심’의 일반 장애 분류 체계에 묶여 있어, 배변 장애나 극심한 통증 같은 희귀질환 특유의 고통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희귀질환 대부분에서 마약성 진통제 처방 역시 암 환자와 달리 처방 기간이 엄격히 제한돼 환자들의 병원 방문 부담을 가중한다.
희귀질환 국가책임제, 변화의 서막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최근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25년 말 대통령의 희귀질환 개선책 주문 이후 올해 초 발표된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 방안’이 그 신호탄이다.
정부는 고액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산정특례 지원 본인부담률을 현행 10%에서 단계적으로 최대 5%까지 낮추기로 했으며,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의 소득·재산 기준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보편적 복지를 지향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당장 지난 1월부터 샤르코-마리-투스 질환 등 일부 질환에 대해 재등록 시 불필요한 검사 절차를 삭제하는 등 환자 편의를 위한 실질적인 절차 개선에 나섰다.
유지현 회장은 “대통령이 국가책임제를 공표하고 정부가 이를 위한 세부 사항을 마련한 것은 희귀질환을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확인”이라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정책이 실제 환자들의 삶에 온전히 체감되기까지는 좀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단 방랑의 종착지, ‘국립희귀질환센터’를 향해
희귀질환자가 확진받기까지는 평균 3~5년이 걸린다. 이를 ‘진단 방랑’이라 부른다. 전문의 부족으로 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오진과 치료 지연을 겪는다. 유 회장은 환자들이 자존할 수 있는 기반 마련과 함께, 정책 입안 과정에서 환자의 목소리를 직접 수렴할 창구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최종 비전은 국립암센터 같은 ‘국립희귀질환센터’ 건립이다. 특정 질환을 넘어 희귀질환 전반에 대한 전문적 연구와 치료, 복지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희귀질환은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는 불운의 영역이다. 유 회장은 “100만 명의 환자가 겪는 고통을 ‘희귀하다’는 이유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조금 더 빨리 치료받고 조금 덜 고통스럽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위해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대한민국에서 ‘희귀질환’은 법적으로 유병 인구가 2만 명 이하인 질환을 의미한다. ‘희귀’(稀貴)라는 단어는 일상에서 드물고 귀하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질환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환자 개개인이 앓는 병명은 생소할지 모르나, 그 고통을 겪는 이들의 전체 규모는 결코 ‘희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계 인구의 5%…국내 희귀질환 환자 80만 명 이상으로 추정
학계와 환자단체의 추산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사아다쿨 약 5%, 즉 20명 중 1명은 희귀질환 환자다. 국내에는 80만~1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2026년 3월 기준, 국가 관리 대상 희귀질환은 1389개까지 확대됐으며 매년 신규 지정 심의를 통해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숫자에도 불구하고, 희귀질환은 암이나 만성질환에 비해 여전히 의료와 복지 체계의 ‘변방’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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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취임한 유지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은 “100만 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 인원수나 사회적인 어려움을 봤을 때도 암이나 중증질환과 동등한 층위에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지현 회장이 희귀질환 권리 운동에 뛰어든 것은 본인의 처절한 경험 때문이다. 1981년부터 교직에 골드몽게임 몸담았던 그는 1998년 다발성경화증(MS) 진단을 받았다. 당시에는 해당 질환에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첫 달 치료비로 3천만원, 둘째 달에 2천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했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의료비 재앙이었다.
2001년 보건복지부를 찾아갔을 때 “어떤 질환인지도 모른다”는 답변을 들은 그는 직접 미국의 병원 자료를 요약 모바일야마토 해 정부에 전달하며 길을 닦았다. “정책에 반영되려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담당 공무원의 조언을 계기로 환자들과 함께 다발성경화증협회를 만들었고, 이것이 모태가 되어 2001년 5~6개 단체가 모인 지금의 연합회가 창립됐다.
지난 1월 희귀·난치성질환 환아 및 가족들로 구 야마토게임무료다운받기 성된 합창단이자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홍보대사인 레어 드림즈(RARE DREAMZ, 전 희망의 소리 합창단)의 정기연주회 모습.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제공
완치가 없는 삶, 질병이 일상이 되는 구조
희귀질환의 가장 잔인한 지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고, 만성질환은 약물로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희귀질환 대부분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발병하는 순간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질환을 안고 가야 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합병증이 쌓이고 복합 장애로 이어진다.
유 회장 본인의 삶이 이를 증명한다. 신경계 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은 소화기, 피부, 비뇨기 등 온몸으로 합병증을 퍼뜨렸다. 현재 그는 소화기내과, 외과, 피부과 등 무려 6~7개 진료과를 동시에 다니며 투병 중이다.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병원은 특정 과를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삶 전체를 저당 잡힌 채 순례해야 하는 장소다.
환자들이 가장 절망하는 대목은 눈앞에 신약이 있는데도 쓸 수 없는 제도적 장벽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급여 체계는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여 치료제를 단계별로 사용하게 한다. 저렴한 기본 약제를 먼저 쓰고, 효과가 없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입증돼야만 비로소 다음 단계의 신약을 허용한다.
이러한 ‘단계적 투여 기준’은 진행 속도가 빠른 희귀질환자들에게는 가혹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신경척수염이다. 이 질환의 신약 급여 기준은 ‘두 번의 재발 이후’로 설정돼 있다. 한 번의 재발만으로도 실명이나 사지 마비에 이를 수 있음에도, 국가가 환자에게 “실명에 가까운 손상을 두 번 겪고 나서야 좋은 약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치료 기준이 ‘환자의 회복을 돕는 것’이 아니라 ‘신체가 망가졌음을 증명하라는 것’ 같은 기이한 구조다.
연합회는 지난해 허가는 났으나 급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환자들이 쓰지 못하는 ‘그림의 떡’ 같은 치료제 22개에 대한 현황을 정부에 제출하며 개선을 촉구했고 일부 개선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해결되지 않았다. 유 회장은 “정부는 흔히 건보 재정을 이유로 지원 확대에 난색을 보이지만, 희귀질환 산정특례(정부 부담 90%) 대상을 75개 늘리는 데 필요한 추가 재정은 약 14억원 수준이다. 이는 ‘한 사람의 고가 치료비 정도’에 해당할 수도 있는 금액으로 ‘75종 희귀질환 환자 전부를 지원’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시장 논리에 버려진 환자들과 보이지 않는 합병증
설령 급여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아예 약 자체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환자 수가 적은 한국 시장이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최근 파킨슨병 치료제의 경우 낮은 약가 문제로 오리지널 의약품이 철수하고 복제약으로 대체되면서 환자들이 효능 차이를 호소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연구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합병증에 대한 산정특례 적용이 제한된다. 장애 판정 기준 역시 ‘결과 중심’의 일반 장애 분류 체계에 묶여 있어, 배변 장애나 극심한 통증 같은 희귀질환 특유의 고통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희귀질환 대부분에서 마약성 진통제 처방 역시 암 환자와 달리 처방 기간이 엄격히 제한돼 환자들의 병원 방문 부담을 가중한다.
희귀질환 국가책임제, 변화의 서막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최근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25년 말 대통령의 희귀질환 개선책 주문 이후 올해 초 발표된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 방안’이 그 신호탄이다.
정부는 고액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산정특례 지원 본인부담률을 현행 10%에서 단계적으로 최대 5%까지 낮추기로 했으며,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의 소득·재산 기준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보편적 복지를 지향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당장 지난 1월부터 샤르코-마리-투스 질환 등 일부 질환에 대해 재등록 시 불필요한 검사 절차를 삭제하는 등 환자 편의를 위한 실질적인 절차 개선에 나섰다.
유지현 회장은 “대통령이 국가책임제를 공표하고 정부가 이를 위한 세부 사항을 마련한 것은 희귀질환을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확인”이라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정책이 실제 환자들의 삶에 온전히 체감되기까지는 좀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단 방랑의 종착지, ‘국립희귀질환센터’를 향해
희귀질환자가 확진받기까지는 평균 3~5년이 걸린다. 이를 ‘진단 방랑’이라 부른다. 전문의 부족으로 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오진과 치료 지연을 겪는다. 유 회장은 환자들이 자존할 수 있는 기반 마련과 함께, 정책 입안 과정에서 환자의 목소리를 직접 수렴할 창구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최종 비전은 국립암센터 같은 ‘국립희귀질환센터’ 건립이다. 특정 질환을 넘어 희귀질환 전반에 대한 전문적 연구와 치료, 복지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희귀질환은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는 불운의 영역이다. 유 회장은 “100만 명의 환자가 겪는 고통을 ‘희귀하다’는 이유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조금 더 빨리 치료받고 조금 덜 고통스럽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위해 국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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